칼럼

<17.08.27> 푸른 초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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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adulmok 날짜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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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_ 2017.08.27

 

푸른 초장의 추억

_정경훈 상임위원

 

우리는 8월부터 시편 23편을 한 구절 한 구절씩 풀어 주시는,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다윗의 노래’를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노래’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난 전가족 여름 수련회에서는 2절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에 대한 오해와

바른 의미에 대해 배웠습니다. 설교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몇 년 전 티벳 여행 도중에

마주했던 푸른 초장에 대한 추억을 나누려 합니다.

 

티벳에서 만난 자연은 도시 사람의 움츠러진 마음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어느 사원 마을의

뒷산에 올라가서 만난 풍광도 그러했습니다. 오르막길이 끝나자 눈앞에는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만날 법한 푸른 초장이 펼쳐져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시편 23편의 푸른 초장을 만난 것

같았고 바로 이런 곳에서 다윗이 양들을 몰고 다녔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 어딘가 누워

낭만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도 여전히 ‘맞아, 푸른 초장이란

이런 곳이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 잡고 한번 누워보려 하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그리고

사진에서는 발견할 수 없던 작은 날벌레들이 달려들었습니다. 걸어 오르며 흘린 땀 냄새 때문인지

쫓아내려 해도 잠시뿐, 이 불청객들은 계속 귀찮게 윙윙거렸습니다. 누울 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풀밭에는 작은 돌멩이가 있었고 바닥은 울퉁불퉁했습니다.

 

갑자기 ‘주님이 인도하시는 푸른 초장은 쾌적하고 편한 침대가 아니구나’ 라는 짧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푸른 초장을 누리기 위해서는 날벌레나 돌멩이는 감수해야 하구나’, ‘만일 날벌레나

돌멩이에 집중한다면 푸른 초장을 놓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다윗의

머릿속 사고 구조에서는 날벌레나 돌멩이가 전혀 의식의 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다윗을 따라 하는 양, 귀찮게 하는 날벌레를 무심한 듯 무시하고

걸리적거리는 돌멩이를 옆으로 치워 놓고 풀밭에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푸른 풀밭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함께 있었고, 수줍은 듯

풀숲에 숨어있는 작은 꽃들과 살랑거리는 바람도 찬찬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낭만이 있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주님이 인도하고 싶으셨던 푸른 초장을 경험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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