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나눔터

17-01-08 01:07

포도주와 장미의 이름

kihyock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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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먹고 개혁성을 유지하기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요한복음 2:11)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5년전 목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4개월 만에 갑자기 다시 서울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2주만에 원룸을 빼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계약이 1년이었고 매달 월세를 내는 형식이었기에 월세를 내는 날 전까지 방이 빠지지 않으면 다음달 월세를 고스란히 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지역은 신축 원룸이 많았고 내가 묵고 있는 건물에도 3개의 원룸이 비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포기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비우고 있었습니다. 월세를 내야되는 마지막 날 저녁 집주인으로부터 방이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저녁이 지나면 40만원이 넘는 돈을 냈어야 하는데 몇 시간 전에 그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절묘하게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내게는 작은 기적이었던 그 사건은 다른 사람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적은 거기에 참여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 연착 되는 바람에 다행히 어떤 사람은 그 지하철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덕분에 회사에 지각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지하철에 있었던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그 지하철이 연착되는 바람에 반대로 회사에 지각을 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적은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이 전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잔칫집에 있어도 어떤 사람들은 기적에 동참하지만 어떤 사람은 전혀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얼마전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석학 움베르토 에코 교수의 책 <장미의 이름>은 삼류 취급받던 추리소설의 격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추리소설의 일대 전기를 만든 명저입니다.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된 윌리엄 수도사(그는 로저 베이컨의 제자였습니다)와 그의 제자 아드소가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을 중세라는 거대한 배경으로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 노 수도사가 미로와 같은 장서관에 보관된 아리스토 텔레스의 <시학>이라는 책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시학은 웃음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중세 기독교 분위기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 보여주신 기적이 잔치집의 흥겨움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고급 포도주를 만드셨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존 파이퍼와 같은 유명한 목사는 자신은 기독교 희락주의자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기독교도 예수께서 직접 보여주신 것에서 동떨어져 암울하고 욕구를 억누르는 쪽으로 치우쳐진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진정한 기독교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내 안의 개혁해야 할 것을 한 해동안 주님께서 밝히 보여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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